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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 남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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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06회 작성일 13-09-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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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 남자, 그 여자
 
상. 상. 파. 괴.
 
제목만 보고 “아 이건 또 무슨 오글거리는 코너야. 염장 지르네”라고 생각한 당신. 걱정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자.
우리는 살다 보면 많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의도했든 아니든 단순한 상황은 우리를 많은 상상으로 이끈다. 그게 현실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상상으로 그치고 만다.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 각자 입장이 다른 만큼 생각도 천차만별이다.
있었던, 있을법한, 일어날 것 같은 일들. 이 코너를 통해 상상을 파.괴.한.다.
 
 
 
남여.JPG

 
1화 
음료수를 마시는 여자, 김밥을 먹는 남자
 
<그 여자...>
 
8월 7일
이번 달이면 편의점에서 일한 지 3달째다. 처음에는 사람도 많고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하려니 힘들었는데 이젠 그냥 할만하다.
 
8월 20일
2주 동안 한 남자가 편의점에 온다. 매일 저녁 10시쯤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와서 김밥과 음료수를 산다. 뭐 하는 사람일까?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는데
 
8월 21일
오늘도 그 남자가 왔다. 좀 후줄근하지만, 아저씨들 보는 것보다 낫다. 근데 편의점 밖에서 기웃거리더니 날 보고 그냥 가버린다.
 
8월 23일
시계를 보니 10시다. 매일 오던 그 남자가 안 오나 싶었는데 마침 왔다. 태연하게 인사했다. 근데 오늘은 그 남자가 처음으로 나에게 인사했다.
 
8월 26일
오늘도 그 남자가 왔다. 그런데 오늘은 7시에 왔다. 특이한 건 정장을 입고 왔다는 것이다. 색다른 모습이다. 나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건가? 기분이 좋다.
 
8월 27일
친구에게 그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난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오늘 그 남자가 나에게 음료수를 줬다. 김밥을 사면 주는 음료수인데. 그래도 나에게 음료수를 준 건 무슨 의미지?
 
8월 30일
그 남자는 매일 김밥을 사고 나에게 음료수를 준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진 않는다. 답답하다 이 남자.
 
9월 1일
오늘은 그 남자가 음료수를 오늘은 주지 않았다. 내가 너무 반응이 없어서 포기한 건가? 먼저 말 걸어 볼까? 어떡하지?
 
9월 4일
오늘은 치마를 입었다. 그 남자가 왔다. 며칠 동안 음료수를 안 주더니 다시 음료수를 준다.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활짝 웃으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카톡으로 빨리 알려줘야지.
 
<그 남자...>
 
8월 5일
백수 생활도 2년째, 이번엔 꼭 취직하리라 믿고 PC방에서 나왔다. 올해는 꼭 취업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8월 13일
입사지원서는 넣었고 이제 결과를 기다린다. PC방에서 먹는 라면도 질렸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먹을 거라도 사가야겠다.
 
8월 21일
오늘도 PC방에 가서 10시쯤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갔는데 돈이 없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그냥 집으로 갔다.
 
8월 23일
오늘은 기분이 좋다. 회사에 최종합격했다.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PC방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정말 기분이 좋아 편의점 알바생에게도 활짝 인사했다.
 
8월 26일
어제 다려 놓은 정장을 입고 첫 출근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뿌듯하다. 근데 백수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살이 많이 찐 것 같다. 내일부터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해야겠다.
 
8월 27일
일을 마치고 헬스장에 등록했다. 개운하게 운동 후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갔다. 편의점에는 김밥을 사면 사이다를 주는 행사를 했다. 따로 음료수를 사고 탄산은 먹기 싫어 알바생에게 줬다.
 
8월 30일
헬스장 트레이너가 말했다. “굶지 말고 운동하되 탄산은 먹지 말라”고. 운동 후 편의점에서 김밥과 비타민 음료를 샀다. 김밥을 사면 왜 자꾸 탄산음료를 주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알바생한테 주면 되니 상관없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사 같다.
 
9월 1일
운동 후 편의점에 김밥을 사러 갔다. 음료를 주는 행사는 날짜를 보니 8월까지였다. 이제 탄산음료를 안 주겠구나.
 
9월 4일
참치김밥과 불고기김밥이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참치김밥을 골랐다. 근데 참치김밥은 또 음료수 주는 행사를 한다. 이 김밥회사들은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나 모르겠다. 아무튼, 음료수는 또 알바생에게 줬다. 알바생은 카톡하느라 바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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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필통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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