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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떠나는 진주여행] 제5탄 히말라야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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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79회 작성일 13-07-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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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탄 히말리안 아트갤러리
 

히말라야를 꿈꾸며...
 
 
조-2.jpg


 
 
끝없이 펼쳐진 설상의 장,
오르고 올라도 닿지 않을 것만 같던 극한의 영역. 그리고 로체의 봉우리.
희박해진 산소를 허파꽈리로 한줌이라도 더 품기 위한 거칠어진 호흡과 고산병.
손발가락의 감각 따위는 일순간 마비되고 살이 썩어 들어가는 동상의 고통.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신들의 영역.....
많은 지구인들에게 꿈의 도전을 받는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
그들은 신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성전에서 인간의 한계점을 넘나들며 극한의 고통과 인내와 꿈을 향한 의지를 보여준다.
 

햇살 따가운 유월의 어느 날
필자는 우연히 SNS를 통해 한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캐리커쳐가 인상적이던 이 사람을 공부하다 알게 된 기록과 사실들은 놀라움 자체였고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우리고장 진주의 산악인 박정헌 대장과 그의 꿈의 터전인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를 보석 같은 큰아이와 다녀왔다. 큰아이 수안이와 처음 들렀던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는 필자에게 참 친근하게 다가왔다.
대학시절 필자는 네팔과 히말라야에 매력을 느껴 타클라마칸과 에베레스트에 관한 서적들을 탐독했고 오늘의 방문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동방문명과 히말라야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의 기대와 설렘은 혼자만의 착각, 갤러리를 통해 들어간 사무실 겸 서재방에 들어서자 아이는 이내 잠에 빠져든다.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녀 많이 피곤했나보다. 박정헌 대장과 차를 나누고 잠든 수안이를 무릎에 품으며 왠지 모를 포근함을 느낀다.
 

거칠고 다부져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따듯함이 묻어나는 사람이다.
수안이가 피곤에 지쳐 코를 곤다. 사랑스런 딸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
 

칠암강변에 위치한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 이곳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필자는 놀라울 따름이다.
두 번째 방문이다.
 

히말라야에 자리 잡은 티베트 왕조의 네와르 건축양식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정교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박 대장은 자비를 털어 네와르 건축양식을 보여줄 예술품 3톤 분량을 현지에서 공수해와 히말라야 아트 갤러리를 열었다. 창호, 가구(문갑·의자 등), 동제품(촛대 등), 불교제품, 생활용품 등을 32평의 공간에 전시한 것. 300년이 넘은 나무기둥 같은 진귀한 물건을 비롯해 티베트 최고의 조각가가 작업한 3단 창호는 전 세계에 단 세 점뿐인 명작으로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명품이다.
 

오늘은 감사하게도 수안이의 컨디션이 훌륭(?)하다.
갤러러에 들어서자마자 전시품과 소품들 사이로 종횡무진 누비느라 정신이 없다. 따라다니는 박대장님도 엥글속에 수안이를 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박대장님이 실제로 사용했던 페러글라이딩과 네팔 현지에서 공수한 다양한 전시물들이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을 작은 히말라야로 인도한다. 네와르 양식으로 지어올린 건물 벽과 내부의 소자(건물의 2층에 설치하는 창틀)를 가까이서 보노라면 네팔의 향기가 콧속 촉각을 어루만지는듯하다. 이 냄새가 참 좋다. 사람의 향기고 역사의 내음이다. 보석 같은 순간이다.
 

수안이에게 박대장님의 품에 안겨 사진 한 장을 감히 부탁했다. 이전 취재현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었지만 햄버거와 포테이토,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3단 콤보로 현혹시켜 지금도 믿기지 않은 한 장의 사진을 완성했다.
사실, 수안이도 아는 게다. 자기를 안아주는 이 사람의 사람냄새 나는 따숩음을.
재미난 취재였고 놀이였고 추억이었다.
 

보석같은 딸아이와 다년 온 진주의 숨은 명소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
앞으로 이 공간이, 이 사람이 보여줄 아날로그적인 그 무엇들이 필자를 설레게 한다.
 
...
 

아래는 박정헌 대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과수원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이던 박정헌(43·전문 산악인)의 팔을 거칠게 잡고 집 마당 우물로 끌어냈다. 오랫동안 쌓아온 분노와 걱정을 폭발시키듯 거친 손으로 아들의 옷을 모두 벗겼다. 그날도 아들은 새벽녘 배낭을 메고 몰래 사라졌다가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아버지 눈을 피해 집에 돌아와 있었다. 아버지는 오늘 끝장을 보자며 두레박 한 가득 살얼음 언 찬물을 퍼 알몸인 아들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거기는 산이 아니고 니 죽을 데라 안 카드나. 다시는 가지 마라 안 카드나.” 다시는 산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단단히 작정한 듯 떨리는 손으로 찬물을 퍼붓고 또 퍼부었다. 맨몸으로 얼음물 세례를 수십 분간 받으면서도 아들은 끝내 아부지 다시는 안 그러겠심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물에 가는 놈은 물에서 죽고 산에 가는 놈은 산에서 죽는다. 와 니 죽을 길로 걸어 드가노.” 지친 아버지가 울부짖듯 말했다. 겨울밤, 온몸이 터질 것처럼 새빨개진 그는 겨우 몸을 닦고 이불을 두른 채 시골집 방 안에 앉아 벽을 보며 생각했다. “내일 또 산에 가야지. 와룡산 상사바위를 다 오르고 나면 부산 부채바위를 타고 설악산 토왕 빙폭을 타야지.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히말라야에 가야지.” 언 몸이 풀리고 스르르 잠들 때까지 벽에 가득 붙은 히말라야 사진을 바라봤다." -2012-08-26 동아일보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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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재경 필통 이사]
필자소개 : 아이셋을 둔 다둥이 아빠. 진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중.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과 YMCA에 살짝 한발 걸치고 있으며 
필통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아빠와 떠나는 진주 여행>은 아빠와 딸이 함께 진주의 감추어진 명승지나 문화, 역사적 공간을 순례하며 역사공간의 가치와 가족간의 사랑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고자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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