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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떠나는 진주여행] 제4탄 그녀들과 함께했던 가마못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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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19회 작성일 13-06-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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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의 서른 한날을 잘들 보내셨는지.
세상천지가 꽃동산이 되고 세상인들 모두가 상춘객이 되어 산으로 들로 외유하며 지난 겨울동안 쌓아 두었던 냉한 응어리와 근심들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란다.

5월은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참 특별한 날이 아닐까한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조건적 아낌을 드러내는 한 날이 있고, 자식으로서 내 부모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일말의 되돌림을 나라가 정한, 하지만 부모 섬김을 위한 날은 굳이 공휴일에서 제외한 옥처럼 귀한 날이 있고, 지금은 그 직군의 가치가 아쉽게도 과거와는 비견되지 못하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적 사상에서 알 수 있듯 스승은 부모와 다름 아닌 존재로 그 정성을 다해서 모시는 의미 중한 날도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날. 가정을 이루는 모든 부부들의 사랑을 아기자기한 이벤트와 적극적 사랑의 표현(^^)으로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을 꾸리라는 취지의 부부의 날까지 포진하고 있으니 명실상부 5월은 우리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받히고 있는 피(血)같은 소중한 달이다.

필자에게도 지난 달 5월은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뜻하지 않은 긴 휴가에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선생님으로서 제자로서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인륜적 관계속에 혼돈과 배움의 과정을 겪으며 간신히 가진 깜냥 이상의 감정의 파도를 버티어 내었다.
그래서 이번 달. 한번 용기를 내어 보석 같은 큰 아이와 둘째 아이를 함께 데리고 필통 취재현장으로 나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의 답사는 아빠의 아이들에 대한 부족한 사랑표현으로 큰아이만 노출을 시켰지만 오늘, 아직은 많이 어린 네 살배기 둘째아이도 아빠와 함께하며 그 공간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로 남게 해주고 싶다.
역동적이라는 표현도 부끄럽지 않을 경이로운 활동력을 보이는 아이들이라 아빠의 통제와 달램으로 과연 렌즈 속에 그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경험과 나름 도전으로 아빠로서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빌며 오늘도 카메라를 챙겨 메고 두 딸의 한 쪽 손들을 꼬옥 잡고서 아파트를 나선다.
 
아빠-가마.jpg


아빠와 함께하는 진주찾기를 기획하며 공간선정 작업 중 명칭부터 꽤나 시선을 끌었던 곳.
바로 가마못.
여러분은 가마못이라는 진주속의 지명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필자는 이십 수년을 진주에서 지냈지만 기억에 조차 없는 생소한 지명이었고 좁은 진주속에 감춰진 흥미로운 곳이었다.

'가마못은 상봉동일대에 있던 못(池)터로 가마처럼 생겼다 하여 가마못으로 불리었다.
원래의 이름은 서봉지로서 봉이 이 못에서 쉬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는 진주에 강(姜)·하(河)·정(鄭)씨들의 집안에 인물이 많이 나는 것은 비봉산이 정기를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무학대사로 하여금 비봉산의 맥을 끊게 한 후 서봉지를 가마못이라 바꾸었다. 가마솥처럼 펄펄 끓어 봉이 얼씬도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이러한 비봉산의 영험은 최근까지 이어져 상봉동 주민들에게 액운이 끊이지 않아 몇 해 전부터 동제를 지내고 있다.
 
참고로 비봉산의 지명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원래의 이름은 대봉산(大鳳山)이었다. 예로부터 진주강씨 집안에는 뛰어난 인물이 많이 나고 대봉산 밑에 웅거하여 권세를 누렸는데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이 대봉산 위에 봉암(鳳岩)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정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몰래 무학대사를 보내어 봉암을 깨어 없애고 봉은 이미 날아가 버렸다고 해서 대봉산을 비봉산(飛鳳山)이라고 부르게 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강씨 문중에는 인물도 나지 않고 세월이 갈수록 집안이 쇠퇴하여 갔으므로 이 일을 걱정하여 후손들이 의논 끝에 묘안을 생각해 내어 넋이 날아가 버린 봉을 다시 부르려면 알(卵)자리가 있어야 하므로 지금의 자리에 봉의 알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참고 : 디지털진주문화대전)

연재기사를 준비하며 큰 아이에게 조형물을 세운 취지와 공간에 대해서는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었지만 이번 만큼은 아이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둘째와 함께 하기에 더욱 난감했다.
여러분께 알림이 더 중하다 여기고 아이들에게 오늘에 대한 설명은 아빠의 작은 숙제로 남긴다.

지세와 산의 기운을 다스렸던 대봉산의 명당은 지금은 많은 세월을 뒤로하고 백성들의 삶속으로 깊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가마못의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역할과 쓰임은 예전과 달랐다.
그곳은 지역 봉사단체들의 무료급식 봉사활동이 이루어지는 훈훈한 식당이 되었고 동네 주민들의 건강과 세대 간 지역민의 소통을 이루어 내는 체육공원이자 복덕방이 되었다.
때마침 지역의 한 봉사단체에서 동네 어른신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장면 무료급식 행사를 진행 중이었고 중앙 무대에서는 가람초등학교 2학년 여아들의 난타 공연이 펼쳐졌다.
손녀 딸 같은 귀여운 아이들의 꿍딱거리는 난타짓에 동네 어르신들은 자장면 드시는 것도 잊으셨나 보다. 뙤약볕아래 공연을 하는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시는 애정을 아는듯 더 열심이다.

진주의 인물과 명당의 기운을 경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훼손시킨 자리 가마못.
하지만 거짓말처럼 바로 그 자리를 중심으로 진주시민들은 또 하나의 명당자리 가마못을 만들어 간다.
세월이 흘러 남아있는 가마못의 기운과 역사에 대한 이해, 자신의 것에 대한 나눔의 미학, 세대간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는 따듯한 온정을 오롯이 품고 자란 진주의 아이들이 인재로 키워져 우리나라를 이끄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욕심인가...

보석같은 아이들과의 가마못 답사를 정리하며 답사지에 대한 작은 숙제도 생겼고 가마못이 어떤 의미로 진화할지 기대감도 가진다.
가마못은 분명 진주역사의 아픔으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역할처럼 서로와 세대를 아우르는 한마당으로 진화해간다면 과거의 아픔은 곧 잊혀지고 당당한 지역의 명소로서 인재를 키워내는 진주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아빠-가마못2.jpg
 

 
아빠-가마못3.jpg
 
 
 
[기고/ 조재경 필통 이사]
필자소개 : 아이셋을 둔 다둥이 아빠. 진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중.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과 YMCA에 살짝 한발 걸치고 있으며 
필통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아빠와 떠나는 진주 여행>은 아빠와 딸이 함께 진주의 감추어진 명승지나 문화, 역사적 공간을 순례하며 역사공간의 가치와 가족간의 사랑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고자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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