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칼럼] 포스코 상무가 일깨워 준 우리들의 이중성? > 필통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필통칼럼


[필통칼럼] 포스코 상무가 일깨워 준 우리들의 이중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20회 작성일 13-05-01 15:40

본문

1.jpg

최근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포스코의 임원씩이나 하시는 분 때문에 기내식 라면이 유명해졌다.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에 라면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일반인에게 새로운 기내식 영역을 전도하신 분, 포스코에너지의 한 상무님이시다. 415일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앉아 라면을 세 번이나 끓여오게 한 그는 급기야 기내식 주방에까지 들어가 잡지로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렸다. 그분의 입맛에 라면이 덜 익었거나 짜다는 이유에서였다.
 

승무원의 신고로 미국 FBI 조사를 받게 되자 이분, 이번엔 잡지를 탓하셨다. 승무원을 때렸냐는 질문에, 눈두덩에 잡지를 갔다댔다고 주장하더니 나중에는 책을 들고 있는데 승무원이 와서 부딪쳤다고 말을 바꿨다. 비즈니스석에는 라면뿐 아니라 제 스스로 움직이는 잡지까지 서비스될 줄이야. 하지만 FBI는 대한항공의 놀라운 서비스에 감동받기보다 이 상무에게 FBI 동행과 귀국 중 택하라고 했고, 그는 결국 미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귀국과 동시에 그의 진상 짓도 만천하에 알려졌다. 해당 상무의 상세한 행동이 담긴 듯한 내용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포스코라면의 매운맛은 결국 해당 임원의 사직으로까지 이어졌다.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상으로 임원직을 잃은 상무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반성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움의 끝에 세워 놓고 한없이 자성하고 있을까? 단언컨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저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에게 인간이 다 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과 존엄이 있다는 도덕책 이야기 따위가 인정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뉴스를 접하고 하나같이 분노하고 한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 붓는 우리들, 힘과 권력으로 사람의 인격조차 무시해버리는 현실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이참에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스스로에게 한번쯤 물어보자. 나에게 그 상무와도 같은 일상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우리사회의 시쳇말로 갑과 을이라고들 한다. 스스로 갑이라 여기든지 객관적인 현실이 갑의 위치에 있든지 그것은 일의 관계일 뿐임에도 그것을 인격의 차별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도 흔하게 존재하는 것 아닐까? 우리 자신도 부지불식간에 포스코 상무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무시한 적은 없었는지? 허름한 옷가지에 선입견을 갖고 대한 적은 없었는지, 직업으로 사람 자체를 평가한 적은 없었는지 말이다. 편의점 알바생이나 식당에 일하는 아주머니를 아주 당연한 듯 하대한 적은 또 없었을까? 키 크고 피부가 허멀건 백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하고 말도 함부로 못하면서 까만 피부의 동남아계통의 외국인을 만나면 삐딱하게 보는 우리들의 시선에서, 밤낮없이 전화하는 것이 일인 텔레마커터 여성에게 당연한듯 응대하는 비하적 언행들속에 우리 자신들도 모르게 습득된 저속한 차별의식 말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 참 쉽고도 어려운 일인가 보다. 세상살이에 우리는 무수한 갑과을의 사회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어느 누구에겐가는 을이지만 또 동시에 어떤이에게는 갑의 위치에 있게 된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돈이 많고 적음이, 힘이 쎄고 약함이, 지식이 많고 적음이, 명예가 높고 낮음이, 잘생기고 못생김은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것이 사람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기회에 우리사회에서 용인되는 것들, 티끌 같은 작은 기득권들을 스스로 누리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이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인간으로서의 차별을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 보자.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평등하다. 차별에 익숙해지지 말고 존중이 습관화되는 사회가 된다면 앞으로 포스코같은 회사의 임원은 좀 더 훌륭한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3건 1 페이지
필통칼럼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3 관리자 21224 07-08
52 관리자 6345 11-25
51 관리자 3756 06-12
50 관리자 3331 10-16
49 관리자 2718 09-05
48 관리자 2483 05-27
47 관리자 2445 10-23
열람중 관리자 2321 05-01
45 관리자 2178 04-17
44 관리자 2033 07-14
43 관리자 1917 02-18
42 관리자 1799 09-02
41 관리자 1737 04-02
40 관리자 1434 05-23
39 관리자 1351 11-10
게시물 검색


그누보드5
비영리사단법인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 All Rights Reserved.
업체명 : 비영리사단법인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 대표자명 : 이혁 | 사업자등록번호 : 613-82-15722
경남 진주시 남강로 720 (옥봉동, 2층) | Tel : 070-8628-1318 | E-mail : feeltong131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