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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칼럼] 끔찍한 선내방송 ‘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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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34회 작성일 14-05-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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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칼럼]

끔찍한 선내방송 가만히 있으라

여전히 지금도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가만히 있으라

 

세월.jpg

 

세월호가 침몰한지 40여일이 지났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325명의 단원고 학생들은 세월호가 침몰하기 불과 몇십분 전까지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과 함께 250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시꺼먼 바다속에 수장되는 천인공로할 일이 벌어졌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자신의 몸을 삼킬 때 얼마나 엄마 아빠를 찾고 공포에 떨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지금도 진도 앞바다에 억울해 하고 분노에 치를 떨고 있을 어린 영혼들을 어떻게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왜 바보같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꼼짝없이 있었냐고 뒤늦은 눈물의 하소연을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너무 착하다. 어른들 학교의 통제를 잘 따른다. 만일 세월호에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만 타고 있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그렇게 미친 척 계속 할 수 있었을까? 방송을 계속 했다고 한들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켰을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자의식이 생길때부터 아이들을 통제하기 바쁘다. 잘 잘듣는 아이가 착하고 훌륭한 아이로 인정받고 늘 칭찬 받는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사고와 행동은 오로지 부모의 가치에 따라 옳고 그름이 결정되고 그 기준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체생활의 규칙과 질서가 무조건 우선이다. 그 규칙과 질서는 물론 공부라는 한 가지 채널에 맞춰져 있다. 그것에 잘 적응하고 따르면 문제가 없어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아가 되고 이상한 아이가 된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부터 학교까지 이런 질서와 통제에 너무나 최적화 되어 있는지 모른다.

 

세월호참사로 채 피지 못한 어린 영혼들을 수장시킨 후 지금도 우리 어른들과 학교는 아이들에게 또 이야기 한다. ‘가만히 있으라. 지난달 세월호 사고 이후 각 학교에는 공문이 보내졌다. 학생들에게 SNS등에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퍼나르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학생 본분에 어긋한 행동을 하지 말도록 학생들을 잘 지도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슬픔에 힘겨워 하고 그동안의 경과를 통해 쌓여가는 학생들의 분노의 감정들이 어떻게든 분출될까 걱정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또다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똑같은 선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친구들을 잃은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달래줘야 하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화내고 토론하고 분노하며 표현할 공간을 마련해 줘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현실은 애써 아이들이 잊기를 바라고 외면하길 바라며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공부만 하길 바란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 더 알려고도 말고 관심가지지도 말고 튀는 행동도 하지 말라고 말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그냥 넌 너의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다른 것 신경 쓰지 말라고 말이다.

 

세월호의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이 여전히 울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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