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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단에서] 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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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76회 작성일 13-02-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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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앞까지만 해도 나는 머리카락을 깎을 때면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내 머리형상이 위로 각이 져서 여기 나 있는 머리카락을 제대로 깎을 수 있을 것 같은 미용실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 잘 깎는 곳이란 느낌이 드는 곳은 단골처럼 다녔다. 새로 가는 미용실에서는 꼭 내 두상의 각을 확인하고 이에 맞게 잘라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요사이 생각해보니 리발이 마음에 들지 않는 리유가 머리카락을 잘 깎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미용사의 실력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 간혹 정말 두상을 고려하지 않고 깎아대는 미용사도 있긴 했겠지만, 리발 뒤 머리카락을 억지로 빗어 넘겼던 탓이 더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고 결이 나 있는 머리카락을 억지로 빗어대니 머리카락이 삐죽이 솟거나 들렸던 것이다.
 

머리카락이 눕는 대로 빗어두었다가 내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틀었을 때 돌아가는 각도만큼, 돌아가는 머리카락만 길을 들이면 되었다. 머리카락이 짧을수록 제 멋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보고 서서히 내가 내고 싶은 대로 모양을 지으면 된다. 특히 각이 진 곳에 나 있는 머리카락은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괜히 멋 부리다가 이쪽저쪽으로 넘기다 보면 더 마음에 들지 않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나 집에서 내 새끼를 기를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타고난 천성과 나중에 형성된 습관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을 단박에 내 마음에 들게 잡으려다 보면 아이들은 튀거나 삐져나갈 것이다. 제 하도록 지켜보고 근기를 봐서 조금씩 하나씩 인도하고 가르치다보면 될 아이는 될 것이다. 안 될 아이들을 억지로 다잡으면 역효과만 날 것이다. 바로 되는 아이가 있고 서서히 되는 아이가 있고 안 되는 아이도 있다.
 
나무를 불에 쬐어 수레바퀴를 만들 때 수레바퀴용으로 알맞은 재목을 골라 조금씩 원형을 내야 하듯 아이들을 이끌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 두고 보고 지켜보는 것이 최상의 교육이다.
 
두고 볼 틈도 없이 만들고야 말겠다고 윽박지르고 억지로 획일적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것이다. 안 되는 아이는 안 되는 대로 버려두는(지켜보는) 것도 교육이다. 결대로 하면 된다. 욕심을 버릴 일이다.
 
 
[기고/ 이길찬 선생님(삼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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