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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진주투어] 책이 살아 숨 쉬는 헌책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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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채원 댓글 0건 조회 3,827회 작성일 13-02-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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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가 숨겨둔 진주의 보물을 찾아라!
진주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가는 진주투어에서 처음 취재하기로 한 곳은 연애소설에 나올 법한 장소, 헌책방이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며 책보다는 인터넷에 가까운 우리에게 헌책방은 꽤나 이색적인 장소였다. 독자여러분도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운치 넘치는 헌책방이 우리 지역에 있다면 한번쯤 들어가 세월에 묻히고 추억이 깃든 수많은 책들을 만나보는 것도 괞찮은 경험이 아닐까 한다.
 
현재 진주에 있는 헌책방은 총 3곳으로, 모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곳들이었다.
 
봉곡로터리 형설서점
 
처음 방문한 곳은, 밖에서부터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형설서점’. 입구 유리창에 씌여진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진주 봉곡광장 근처에 위치한 형설서점은 여느 헌책방처럼 책장이 높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래서 한사람이 버티고 서 있으면 지나가기가 힘들정도다. 귀찮다면 귀찮은 일이지만 또 재미라고 생각하면 헌책방만의 재미가 아닐까? 헌책방은 100% 서적분류가 불가능한 게 특징이고 주로 사장님의 기억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그럼에도 형설서점은 대체로 분류가 잘되어 있는편이라고 한다. 형설서점에는 특이하게 진주와 인근 우리지역에 관계된 책들이 많다고 하니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놀러 삼아 가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특이한 건 순천과 여수에 이어 세번째 형설 서점이란 거다. 다른지역에도 같은 서점이 있으니 아무래도 책을 구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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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헌책방을 운영해오신 사장님은 책속에는 언제나 특별한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일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고물상, 전단지 배부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책을 모으셨고 소장 하시고 계신 책들이 분야별로 매우 다양한 것을 형설서점의 자랑거리로 내세우셨다. 그리고 일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절판된 책이나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책을 사가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 올 때마다 기쁘고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비수기에는 하루 5~10명 정도만 발걸음하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점이나, 헌책방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사장님을 힘들게 한다고 대답해주셨다. 또한 일반 서점이 장사가 잘 되어야 팔린 새 책이 나중에 헌 책으로 들어오는데, 요즘에는 일반서점도 형편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또 이사 가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일반서적을 구입했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에는 책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분리수거 되기 때문에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책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
 
헌책방을 찾는 주 연령층과 주로 찾는 책이 궁금했다. 질문에 사회, 인문학에 관련된 책을 찾는 40대 이후의 손님이 대부분이라 하시며,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들에 걱정의 말씀도 덧붙여 주셨다. 마지막으로, 헌책방은 하나의 작은 문화공간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들러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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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 소문난 서적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인터넷에 후기가 올라올만큼 유명한,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문난 서적’이었다. 진주 칠암동 고속터미널 2층에 위치한 소문난서적은 터미널로 들어가 양쪽 2층으로 계단을 오르면 빈티지한 입구가 나타난다. 출입문이 2개인 셈이다. 책장사가 제일 양심적인 장사라는 이무웅사장님은 7남매중 장남으로 3 때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왔다. 군입도 덜고 동생들 학비도 벌 겸 문산읍 어느 학교 앞에서 만화책 좌판을 벌였다. 빌려주고 교과서와 바꾸고 하면서 돈을 모아 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책방모양을 갖추고 넓혀 지금에 이르렀다. 자신은 검정고시로 대학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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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현재 전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개인소장하고 계시고, 헌책방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계신 분이라고 한다. 찾아오는 손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책을 찾는지 바로 알 정도가 되셨다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하루에 2~300명이 다녀간다는 이곳에는 약 160만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직접 다니시면서 구하셨다는 사장님의 말씀에서 책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수 십년간 책을 모으신 결과, 이 곳에는 전국에 각 지역에 관한 자료들도 많았고 일성록(임금의 일기)과 같은 고가의 희귀한 책에서부터 북한에서 쓰여진 책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사장님은 구하고 싶은 책을 구하지 못할 때, 가장 힘들다고 대답해 주셨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도서시장이 축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셨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을 때는 직접 책을 다 읽어주셨다는 사장님은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냐는 우리의 물음에, 모든 책은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자료로 기꺼이 제공하는데 도움 받은 사람은 글 가운데 소문난 서적의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될때, 자기 개성에 맞게 책을 찾아가는 손님들의 모습을 볼 때 책장사를 오래한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며 앞으로 시간될 때 언제든지 찾아 오라고 손을 흔들어 배웅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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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변 동훈서점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남강을 앞에 둔 ‘동훈서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변환경에 둘러쌓인 곳에 위치한 서점이라는 수식어 답게 바로 앞에 남강과 남강다리, 그리고 맞은편에는 진주성과 촉석루가 그림처럼 가로 놓여 있다. 진주에 살고 있으니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남강위에 얹혀 있는 진주성은 참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인 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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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30년 헌책방을 하신 부모님께 물려받았다는 동훈서점 사장님을 통해 헌책방의 주인은 대부분 나이 많은 분들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 후덕하고 편안한 인상의 동네 삼촌같은 분이 헌책방 사장님이란 게 조금은 신기했다. 93년 진주로 이사를 하면서 지금의 15평 남짓 책방에 3만여권이 넘는 책을 소장 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훈서점은 주로 전문서적과 특이하게 참고서등도 많아 학생들도 가끔씩 찾는다고 한다. 
 
동훈서점도 마찬가지로 축제 기간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을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하루에 10명 이상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하셨다. 하지만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신 분 답게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좋아하는 책을 원없이 볼 수 있고 여러분야에 대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중 사장님은 서점을 찾는 사람이 공무원서적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찾는 2~30대 손님들과 소설류나 한문, 약초책을 찾으시는 50대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거의 찾아오지 않는 바쁜 청소년들에게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에 놀러오는 느낌으로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책 한권씩을 쥐어 주시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기분좋게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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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새 것을 쫓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과 시간을 멈춘 듯 차분해지는 종이 냄새 가득한 책방. 책은 읽는게 아니라 베고 자는 거라는 농담처럼 책방에 들어 서면 책이 책장에 꽂혀 있던 널부러져 있건 책이 가득 한 모습 자체가 최고의 인테리어 처럼 느껴졌다. 책은 책 그자체로도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다. 마치 울창한 숲속에 들어 선 듯한 느낌이다. 책속에 파 묻혀 펼쳐 든 이야기속에 빠져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너무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건 아마도 종이와 활자가 인간에게 만들어 준 최고의 사치 때문이 아닐까?
 
헌책방 사장님들은 언젠가는 한장 한장 종이를 넘기는 책이 전자책을 뛰어넘는 날이 다시 올거라고 입 모아 말씀하셨다. 컴퓨터 와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져만 가는 우리들에게는 잘 와 닿지는 않았지만 책은 읽는이에게 분명 또 다른 느낌과 위안을 주는 것은 분명한듯 하다. 똑 같은 소설을 액정화면으로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분명 다른 경험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장님들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이번 헌책방 투어를 마무리 한다.
 
언제까지 헌책방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헌책방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을까? 미래엔 헌책은 그럼 다 버려지는 것일까? 머리속이 복잡하다. 우리 헌책방에 한번씩 놀러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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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필통학생기자단/ 조수아(삼현여고2), 문채원(경해여고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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