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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세이/ '빛의제국'] 1화 -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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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35회 작성일 13-02-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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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크면 다 알게 될거야.’
 

12년 전 진주를 떠나기 전까지,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선생님들이, 선배가, 어머님도, 아버님도, 심지어 몇 달 일찍 태어나 먼저 스무살이 된 동네형 그 놈 마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때 나에게 20은 참 신비로운 숫자였다. 술이나 담배, 염색이라든가, 특정 언어나 장면이 포함된 영화까지……
 
그 전까진 기를 쓰고 막던 것들이, 20년을 살아남는 순간 봉인해제 된다니! 꽤 소란스런 19년을 그럭저럭 살아낸 나로서는, 스무살이 되자마자 특정 언어나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빌려보며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울 생각이 간절했다. 물론, 낮에 미용실에서 새빨갛게 염색한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스무살을 향한 기다림이 간절했던 가장 큰 까닭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질서들이 그때가 되면 이해가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최면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일어나길래 그 한 끗 차이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일까.
 
국가에서 이해력 증가 버프라도 걸어주는 걸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된다고 했으니까. 내가 아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 아는 듯 한 얼굴로 그럴거라고 했으니까. 정말이지, 아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지레짐작으로 깨우칠 만큼 영특한 나였지만, 궁금한 것들은 끝이 없었다.
 
왜 집에 있는 멀쩡한 만원짜리 옷 놔두고 매달 드라이까지 해 가며 20만원이 넘는 교복을 입어야 했는지/머리를 딱히 물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러면 안되는 이유는 또 뭔지/정치인은 19세 이하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우리를 통치하는데, 그들을 너무 잘 아는 우리는 왜 그들을 선출할 수 없는지/내 친구 인수를 잘 분해하면 왜 내가 논리적인 인간이 되는지/멋진 번역가들이 서점과 도서관에 이렇게나 많은데 왜 영어 작문을 배워야 하는지/첫사랑 그녀는 왜 비쩍 꼴은 내 친구를 좋아했던 주제에 나한테 잘해줬는지……
 
도무지 이해 못할 난제들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 모든 것들의 답을 찾았든 그렇지 못했든, 스무살의 시간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흘러왔다. 오래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표정으로 최면을 걸었던 그들의 나이와 비슷할 만큼 더 살아남은 것이다. 그런 내가 당신에게, 이제부터 매 회, 솔직하게, 툭 까놓고, 자신있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하려는 일종의 깨달음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뿔, 지들도 잘 모르면서.’
 
어른.jpg
 
 
[필통명예기자단/ 김휘근기자]   beapoet@naver.com
김휘근기자는 필통 학생기자단 출신으로 지금 <지리산생명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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