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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떠나는 진주여행] 진주문화의 허파를 넘어 경남 문화의 아마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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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46회 작성일 13-10-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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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떠나는 진주여행] 극단 현장을 찾아서
제7탄 진주문화의 허파를 넘어 경남 문화의 아마존으로...
 
 
아빠-2.jpg

 
시월, 남도의 가을밤을 꽃으로 빛으로 사람으로 수놓았던 대한민국 대표 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이하 유등축제)가 대망의 막을 내리고 남강은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정성스레 재주를 풀어놓는 전국 각지의 가객과 그들이 부르짓는 노래와 그들이 형상하는 손짓과 몸짓, 퍼득이는 마음짓에 남강에 모인 세계인들은 환호하고 흥분하고 감동했다.
 
더불어 올해의 유등축제는 필자에게도 작은 변화를 주었다. 아이들과의 추억 만들기에 마음만 앞섰던 필자는 작년까지도 우리지역의 사랑스런 축제를 단순히 지역의 연례행사쯤으로 여기고 13일 동안 한번 정도는 가줘야 하는 의무감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서곤 했다.
 
하지만...
시간의 마법일까
변화의 귀결일까
 
지역의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그것들을 이해하는 기준과 범위가 달라졌다. 마법에 걸린 듯 작은 요소에 취해갔고 변화의 당위성을 인정하며 진주라는 작은 도시의 문화적 목마름과 해갈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진주를 넘어 경남 문화의 산소탱크로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고 향토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소중한 공간. 극단 '현장'을 보석 같은 큰아이와 다녀왔다.
 
오늘따라 고민이 깊다.
첫째와 둘째를 함께 데리고 '현장'으로 가야할까, 큰아이만 데리고 '작업장'에 가야할까가 매번 마주하는 큰 숙제다. 아빠의 바이오리듬과 아이의 기분-모델이라 제일 중요한-을 고려해 오늘도 맏이의 손만 잡고 불 꺼진 미지의 그곳을 향해 출동한다.
 
차를 몰아 간 곳은 진주 도심의 한복판.
현재의 멀티복합관들이 들어서기 전 과거 동명아트홀이라는 영화극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3040세대들에게 약속의 장소로 유명했던 바로 그곳에 극단'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본지에서 조명한 '나름의 명소'에는 외부 사진들이 혹은 전경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현장'편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장을 통하는 입구가 대로변이 아닌 뒷길로 나있고 전경이라 할 만한 꺼리들이 쉬이 보이지 않았다
 
.
잠시 안타까움을 접고 큰아이 수안이와 함께 건물을 올랐다.
3층 가까이 다다르자 계단을 오르면서 마셨던 퍽퍽한 공기들과 사뭇 다른 활기찬 맛이 콧속으로 느껴졌다. 극단 식구들의 범상치 않은 에너지에 딸아이도 고무된 눈치다.
 
극단에 들어서자 낯이 익은 사내가 두 팔 벌려 우리를 보듬어 주었다.
그는 바로 지역공영방송과 케이블에서 리포터로, 극단에서는 실력파 배우로 열연을 펼치는 진주의 배우 최동석씨. 눈앞에서 연예인(?)을 이렇게 접하니 신기하고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우리를 '현장'의 심장인 무대로 이끌었다.
극단 현장은 1974년에 설립되어 전국에서 최초로 법인으로 등록될 만큼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의미 있는 예술적 공간이다. 사람은 변하고 시대는 흘러도 무대는 배우들에게 신성한 곳이다. 무대 위에는 슬리퍼 차림도 음식도 담배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들의 전부이자 삶의 이유이자 목표가 곧 무대인 것이다. 그런 성스러운 곳에 보석 같은 수안이와 함께 오른다는 것에 가슴은 벅찼고 배우의 깜냥도 없는 필부이지만 나도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연극 무대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무대 위 첫 발을 내딛었다.
 
 
예상은 했지만 아빠의 감정 따위는 이미 아이의 안중에 없었다. 배우들이 잠시 연출을 위해 몸을 숨기는 파티션을 이리저리 옮기고 온통 까만 무대가 숨기에 좋은 술래잡기 놀이터 마냥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아빠와 순번지고 술래잡기를 하자고 조른다. 이 성스러운 무대에서 말이다.
 
 
배우 최동석씨가 딸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남들의 손길을 싫어하던 수안이가 그의 어깨에 살포시 앉아 미소를 보낸다. 보기 드문 장면이라 필자는 퍼뜩 셔터를 누른다. 아이도 이 사람의 진심을 아는 듯 연신 웃어댄다.
 
 
극단은 환경아동극 '뿌왕뿌왕할머니와 꼬방고양이', '쿵쾅쿵쾅 고물놀이터'를 창작해 전국을 순회하며 때로는 사회적 시설이라 불리는, 사랑이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공연을 하며 아이들을 품어주고 안아주는 엄마이고 아빠였다. 동석씨의 어깨를 보며, 그리고 그 위의 아이를 보며 콧잔등이 잠시 시큰해진다.
 
 
잠시 자리를 옮겨 조명과 음향을 움직이는 감독님 자리에 앉았다.
무대 전체를 장악해야하는 중요한 자리인지라 무대 맞은 편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르는 길은 까맣게 칠해진 5단 사다리가 유일했다.  아빠의 염려는 비웃듯 아이는 재미지게 용기있게 옥탑을 향해 발걸음을 올려놓는다. 수백 개의 단추와 흡사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전선들의 터널은 혹여나 아이의 실수로 고가의 장비를 고장 내진 않을까 하는 아빠의 노파심만 앞서게 만들었다.
짧은 지식으로 아이에게 화려한 조명과 천둥처럼 큰 소리를 수안이가 이곳에 앉아 조종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자신이 파워레인져 로봇의 조종사가 된 듯 신기한 눈빛으로 무대를 내려다보고 잠시 즐기는 듯 무어라 흥얼거리며 혼자만의 표현으로 허공에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무대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배우들과 섞이어 인사를 나눈 뒤 사무국안의 작은 사랑방에 앉아 배우 최동석씨로 부터 극단에 대한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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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현장'은 우리 극단만의 소극장이 아닙니다. 진주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서 영리도 목적이 될 수 없고 정치적 목적을 이뤄주는 공간도 아닙니다. 지역 예술가들의 정신이 관객들과 시민들에게 다가 갔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것은 누구의 탓이라 할 수도 없어요.
 
극장도 물론 대관료가 있습니다. 영리 목적이 아닌 우리의 생활과 어느정도 관련이 된 부분이라 그렇게 책정을 하고 대관을 해드립니다. 하지만 TTL 지역할인 이라고 들어 보셨지요?(ㅎㅎㅎ동석씨 웃음). 지역의 예술활동에 우리 극장이 기여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하지요. 돈 없는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이 밴드공연이나 발표회를 하는데 공연장 대관료가 없어서 공연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것만 내고 나머지는 꿈을 키우는데 써라 하고 더 이상은 받질 않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극단을 지금까지 지켜온 계승된 선배님들의 정신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경제적 논리로 이미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직은 학생이고 꿈을 가지고 덤벼야하는데 자로 재고 논리로 재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리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한다지만 아직은 아날로그 감성을 기르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
 
배우들의 식사시간이 시작되어 더 이상 폐가 될까 아이와 함께 올랐던 길을 내려갔다.
오를 때와는 다른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에 들어차 있는 느낌이다.
지역예술계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수 십 년간 고민하며 좁고 어두운 공간을 무대에 대한 열정하나 사랑하나로 지켜내어 지금까지 우리가 향유하게 해주는 진주의 보물 극단'현장'
 
마지막으로 자랑하나 할까한다.
2013년 진주남강유등축제의 화룡점정.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남강변 특설무대에서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 내고 진주 문화예술성의 위상을 전국에 알린 뮤지컬 '유등'
바로 진주의 문화예술계의 아마존,  극단 '현장'의 작품이다.
두둥!!!
 
 
 
아빠.jpg

 
 
[기고/ 조재경 필통 이사]
진주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중이다. 지역사회와 문화예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YWCA와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골목길 아트 페스티발에 한발 살짝 걸치고 있다. 단편영화 '하루' 의 제작총괄 PD이며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진주사람들'의 주인장이다. 필통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아빠와 떠나는 진주 여행>은 아빠와 딸이 함께 진주의 감추어진 명승지나 문화, 역사적 공간을 순례하며 역사공간의 가치와 가족간의 사랑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고자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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