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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촛점]가짜 리얼 예능을 만든 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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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03회 작성일 13-02-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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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으로 TV속이 시끄럽다. 최근 박보영 소속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뻥 프로그램"이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SBS '정글의 법칙'의 허구성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그간 '정글의 법칙'을 놓고 은근하게 떠오르고 있던 조작 논란을 단박에 수면 위로 오르게 했다.
 

결국 '정글의 법칙' 제작진 측은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드려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사실보다 다소 과장해 표현한 것은 제작진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 여러분께 좀 더 재밌고 감동적인 장면을 선물하기 위해 이미 있는 사실을 약간 더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했고 일부 상황은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공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과장 연출 사실을 인정했다.
 
리얼예능.jpg

화가 난다, 화가난다, ?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속았다는 것일 거다. 리얼이라고 생난리를 치며 홍보하고 정말 진짜처럼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어 놓고 알고보니 다 짜고치는 고스톱이었고 연출이었다는데 실망과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말그대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시사프로그램도 아닌 웃자고 만든 코미디에 얼마나 리얼을 요구할 수 있을까?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 죽자고 덤비는 현실은 왠지 좀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정말 오지의 정글을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생명을 위협을 받아가며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서 말이다. 안전장치나 적절한 방송분량을 위한 설정조차도 배제한 채 정글을 탐험해야 할까? 그럼 그건 예능 프로가 아닌 다큐프로이지 않는가? 그래서 어느정도의 설정이나 연출은 불가피하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이란 것이 있다. 장사에도 상도의가 있는데 전국민을 상대로 한 공중파 방송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연출을 진짜로 둔갑시켜 시청자들에게 그것을 진실로 믿게 했다면 일종의 사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정글의 법칙의 경우 단순한 편집이나 대본 설정의 수위를 넘어선 '오버페이스'로 화를 좌초해 버렸다. 오지가 아닌 장소를 오지로, 위험하지 않은 관광지를 위험지역으로, 관광 상품까지 파는 부족을 오지 부족으로 둔갑시킨 프로그램의 전제는 그 카메라 안에서 그 체험과 '실연'해야 하는 연기자들의 고생을 '연기'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거짓이 진짜를 이기고 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현실에 자괴감과 패배감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TV속 예능은 아무 생각없이 즐기고 웃으며 나름의 힐링을 하는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예능 프로마저 시청률로 돈벌이로 시청자를 속이는 가짜고 속임수였다는 데 더 짜증이 났을 것이다.
 
가짜예능.jpg

시청률이 진리가 된 방송
 

왜 방송사는 리얼에 목을 맬까? 그건 온전히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시청률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아이템, 채널을 고정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뭐든 시도하려 한다. 연출과 극본의 한계 때문에 예능은 결국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을 만들어 냈다. 비단 예능프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도 막장드라마나 엄청난 제작비를 투하된 블록퍼스트급이 일반화되어 있고 시사프로마저도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담는 프로그램도 허다하다.
 

외국 방송사에서는 실제 치고 박고 막싸움을 하는 토론프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뉴스 프로그램에서 조차도 실제 총기 발포장면이 고스라니 방송되기도 한다. 가까이 일본에서 방송되는 낯 뜨거운 예능프로들이 우리 방송의 미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 하다.
 

오늘날 흘러 넘치는 리얼을 가장한 수많은 방송프로그램들은 방송사의 시청률경쟁의 산물이다. 민간 상업방송은 어쩔수 없다치더라도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공영방송의 경우엔 시청율 지상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필요하다. 불가피한 시청율 경쟁속에 리얼예능을 표방하더라도 적어도 진짜와 가짜를 상식적 기준을 넘지 않게 어떤식으로든 구분하여 전달하려는 제작자들의 노력 또한 절실하다.
 

어쩌면 가짜 리얼 예능을 만들어 낸 것은 시청률 지상주의의 방송사의 현실과 시청자를 속이는 조작과 거짓도 일상화 된 제작자들의 도덕적 회의, 그리고 오락과 재미만을 쫓는 시청자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문제는 이런 합작품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는 진정 시청률로, 상업적인 잣대로가 아닌 국민의 알권리와 다양성, 공공의 가치를 우선하는 가짜가 아닌 진짜 공영방송사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
 
[필통 편집국]
 
 
가짜김병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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