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현 기자] 선생님 이건 안 배웠는데요? > 필통기사

선생님 이건 안 배웠는데요?

보충수업과 학원수업을 전제로 시험을 출제하면 공정한 평가 아니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시험이다. 학생들에게 시험은 단순히 자신이 공부한 것을 평가 받고 교사들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그동안의 수업을 점검하는 행사 차원을 넘어 선다. 그것은 내신 성적이 대학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시험기간이면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 하나 하나, 점수 1점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늘 정기적으로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시험을 친다. 대입 수시전형은 이러한 시험 점수를 통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시험이 대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학생들은 시험에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문제를 틀리면 자연스레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그럴 경우 짜증이 나서 시험을 어렵게 낸 교사를 욕하기는 해도 막상 "왜 이리 어렵게 냈어요?"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언제나 교사들은 배운 범위에서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았거나, 또한 담당교사가 가르친 내용이 아닌 내용이 시험에 출제 된다면 어떠할까?

G고 2학년 1차고사에 배운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수준의 영어문법이 출제되었다. 시험 후 이의제기 기간에 담당교사 또한 수업 시간에 따로 배우지는 않은 어려운 문법이라고 인정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 8조 3항 1호에 보면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 학교 시험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은 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시험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교과서와 수업자료는 수업시간에 모두 배운 것들이고 학생 스스로 공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충교재나 모의고사는 다르다. 보충수업을 신청하지 않거나 모의고사 수업을 따로 하지 않는 학생은 그 내용을 모르거나 혼자 따로 공부를 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런 시험에서는 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혼자 공부하는 학생 사이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은 학원에서 모의고사 풀이는 물론 변형문제나 예상 문제, 타 학교의 기출 문제 등을 이용하여 공부를 한다. 하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엔 모의고사 해설지에만 의지 할 수 밖에 없다. 모의고사가 학교 내신 시험 범위에 포함 될 때는 당연히 변형문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명백한 기회의 불평등이 아닐까?

시험은 수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수단이다. 공부를 하지 않아 그만큼의 성적을 못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내신 시험이 불공정한 룰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면 그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하고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전제 위에 시험을 출제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취재/ 배재현(사대부고2)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