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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생님에게 비판받을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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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18-08-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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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선생님에게 비판받을 권리를...

 

학생이 비판이나 문제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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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 종이 치고 교실로 들어 온 교사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교육목표는 너희들을 좋은 애 엄마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반 학생들은 이게 이상하다고 하더라고, 너희들도 이상하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을 꺼냈다. “우리는 애를 낳기 위해 교육 받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교육을 받는 거 아닌가요?” 이 답변 하나로 우리 반은 그 교사의 35분 일장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의 일장연설의 주된 내용은 저 출산이 문제다.”, “애를 2명이상 낳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니다.” 등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왜 그 교사는 학생들에게 35분 동안이나 일장연설을 해야 했을까. 수업시간, 학생에게서가 아니라 다른 교사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그런 반박을 들었더라면 그는 똑같이 35분씩이나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교사에게 반복하면서 떠들었을까. 교사들은 왜 학생에게 비판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할까. 같이 토론하거나 논쟁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학생에게 강요하기만 하는 걸까? 학생들의 비판이라 할지라도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돌아볼 수는 없었을까.

 

우리는 학생의 비판이나 반박을 듣지 못하고 교사 혼자 자신의 주장만을 늘어놓는 광경을 너무나 자주 봐왔다.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우위에 있고 학생을 일방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보다 똑똑하거나 맞는 말을 하는 학생을 가만히 놔두질 못한다. 상대의 말을 끊거나, 화를 내거나, 심지어 물리적인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막아서려 한다.

 

교사들은 이런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학생에게 비판을 받으면 자신이 학생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까봐, 학생에게 말로 지는 무능력한 교사로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한다. 이러한 권위적인 생각이 학생이 교사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결국 서두의 사례에서도 해당 교사는 학생에게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억지 주장을 펼쳐 보였다.


 

 

"학생은 학문을 주입당하는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교사도 비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학문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닌 서로 상호작용하는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거나 논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기 주장만 계속해 주입하는 것은 교사의 권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일방적이고 편향된 사람으로 스스로를 한정시키는 행위다. 누구와도 상호작용하는 동등한 인격체가 될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다. 학생에게 지는 무능력한 교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교사와 학생 간의 토론이나 논쟁을 불가능하게 한다.

 

학생이 비판이나 문제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교실이 된다면 교사 또한 교육내용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내용을 학생들과의 피드백이나 논쟁을 통해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중립적으로 가르쳐야한다’, ‘교사는 정치적인 의견을 표하면 안 된다라는 경직된 생각들은 청소년은 미성숙하여 교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런 인식이 사라지고, 학생과 교사의 토론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풍경이 될 때, 학생과 교사 사이의 위계관계가 사라질 때 교사의 교육권(교권)도 보장될 수 있다.

 

교사는 학문을 전하는 직업이다. 누구든 완벽할 수 없고, 학문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 것은 또한 당연한 일이다. 100퍼센트 옳거나 정확한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비판을 받을 의무가 있다. 그것이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아닐까? 더 나아가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육으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소통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학생의 교육권(학습권)보장을 위한 교사의 의무다. 학생은 학문을 주입당하는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교사에게 학생에 의해 비판받는 것은 교육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특수한 의무이기도 하고, 학생의 교육권(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땅히 져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동시에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교사가 교실의 제왕이자 주입자가 아닌 한 명의 같은 인간으로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하고 논쟁하기 위해 필요한 그의 권리이기도 하다.

 

교사들에겐 비판받을 권리가 필요하다. 같은 인간으로 학생과 마주하기 위해, 교실 안에서 함께 논쟁하고 토론하기 위해 말이다. 학생에게 지기 싫어 35분간 옹졸한 일장연설을 늘어놓아야만 했던 당신도 언젠가 비판받을 권리를 쟁취하고 같은 인간으로서 교실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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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늘해랑(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 활동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2006년부터 청소년인권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는 청소년운동단체입니다아수나로 진주지부는 언제나 함께할 회원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가입 및 후원문의 : 010-9770-8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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