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다’ 2 > 필통기사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필통기사


[기고]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다’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9회 작성일 18-07-12 12:45

본문


[기고] OO여중 인권모임 인간적으로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다’ 2

 


인권2.jpg


<이전 이야기>

OO여중 인권모임 인간적으로는 작년 말부터 학교 안 여성혐오/성희롱 발언에 맞서 페미니즘 포스트잇 운동을 해왔다. 포스트잇 운동은 잘 되는 듯 보였지만, 어느 날부터 거의 모든 포스트잇이 칼로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인간적으로 활동가들은 학교와 포스트잇을 반대하는 학생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포스트잇은 붙이는 족족 훼손당하고, 학교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인간적으로는 회의를 통해 더 이상 포스트잇 캠페인으로는 문제 제기와 개선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붙이고 떼이고 붙이고 난도질당하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주장을 좀 더 명확히 알리기 위해서 대자보를 붙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운다는 말은 쉽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불안이나 고민은 어마어마했다. 대자보 행동은 학교에 정면으로 목소리를 내는 급진적인 활동이다.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임 원들에게는 큰 공포와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단체 안에서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펜을 들었고 우리는 논의를 통해 대자보에 쓸 글을 완성했다. 서로의 돈을 조금씩 모아서 재료들을 사고, 전지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대자보가 총 6장이었다.

 

대자보에 적힐 필자명은 지우개, 연필 등 학교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물건들에서 따왔다. 우리는 한밤중에 학교에 모였고 체육관 앞에 필자 지우개의 대자보를 붙였다. 모두 담담한 얼굴로 대자보를 붙이고 있었지만, 다 같이 겁에 질려 있었다. 인기척만 들리면 사방으로 달려 흩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첫 번째 대자보가 붙었다.

 

필자 지우개의 대자보는 학생들이 다 등교하는 9시가 되기도 전에 교사에 의해 찢기듯 떼어졌다. 모임원들은 논의를 통해서 다음날 밤 두 번째 대자보 행동을 강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또다시 밤중에 학교를 찾았지만, 첫 번째 대자보가 붙은 이후 대자보를 쓴 학생을 색출하기 위해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머무르고 있어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대자보가 붙은 후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진짜로 교사로부터 성희롱이 있었느냐며 학교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잘못은 가해 교사에게 따질 것이지 왜 대자보를 써서 일을 키우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예 무관심한 사람도 있었다. 학교는 각 반의 담임교사를 통해 공공기관에 기관장의 승인 없이 벽보를 붙이는 것은 불법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학교 교칙 포함, 어떤 법에도 대자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말은 없다. 오히려 학교의 압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침해일 뿐이다. 이에 우리는 학교의 억지 주장을 지적하고 재학생들에게 함께 공감하고 실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건물 곳곳에 붙였다.

 

이후 교장은 다음 해 입학식에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학생들이 상처받은 것은 학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다. 공론화 이후 학교장과 교사들은 많이 반성하고 있다. 전 교직원을 상대로 연수와 인권 친화적 성교육을 실행하며, 교칙 개선 공청회계획을 수립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그 노력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한 학기를 겨우 넘기고 있는 지금도 부임한 한 교사는 재학생의 멱살을 잡거나 눈깔 돌려라, 대가리 박아라라는 등의 폭언을 한다. 학생들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고 목소리를 녹음하는 등 OO여중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와 노력의 약속을 받아낸 것을 성과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세상에서 말로만 바뀔 수 있는 일이 정말 있기나 할까.

인권모임 인간적으로는 학교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계속 감시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받거나 위계적인 학교 환경이 조금씩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글쓴이 머랭(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 00여중 인권모임 인간적으로 활동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2006년부터 청소년인권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는 청소년운동단체입니다아수나로 진주지부는 언제나 함께할 회원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가입 및 후원문의 : 010-9770-8603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922건 10 페이지
게시물 검색


그누보드5
비영리사단법인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 All Rights Reserved.
업체명 : 비영리사단법인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 대표자명 : 이혁 | 사업자등록번호 : 613-82-15722
경남 진주시 남강로 720 (옥봉동, 2층) | Tel : 070-8628-1318 | E-mail : feeltong131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