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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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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8회 작성일 17-11-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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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학교를 떠나기 전 남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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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목전에 둔 이 중요한 시기에 수험생이 이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고 괜한 오지랖을 부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책상위에서 책 대신 펜을 잡은 이유는 학교라는 교육 기관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 기고문은 학교의 많은 부조리들이 교문을 넘지 못하는 학교의 현실을 재학생 후배들을 대신해 고발하기 위함이다.

 

교무실(교장실) 프리패스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필통이라는 청소년신문의 학생기자 출신이다. 학생 신분인 기자들이 민감한 소재를 기사로 다룰 때 누군가로 부터 호출을 당할 것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한 학교의 두발 규정에 대해 기사를 쓴다면 너 이번 기사 교장실 프리패스 각이더라.” 같은 말을 심심찮게 학생들끼리 주고받는다.

 

이 말의 처음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오래 전 선배 때부터 내려오는 말이며 학생기자들은 항상 글을 쓰기에 앞서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글인지 고려하며 글을 써왔다는 것이다. 지역의 작은 청소년 신문에서조차 눈치를 살피게 만드는 힘은 과연 우리 학생들을 어떤 현실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일까?

 

기사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정정기사를 내라, 다음부터 또 이런 글을 쓰면 제재를 가하겠다.” 학교의 이름은 밝힐 수 없으나 얼마 전 쓴 기사 때문에 교무실에 불려가 후배기자가 들은 얘기들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학교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일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어른이나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에게 압박을 가하고 학생들을 그들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 그릇된 인식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의견을 묵살하며 심지어 표현의 자유마저 쉽게 멸해버렸다.

논리적 비약일까?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학생을 불러 공포감을 조성해 학생의 대외활동을 문제 삼고 다양한 체험과 성장의 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과연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얻어가게 되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은 고교 생활 3년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수 많은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학교에서는 이해되지 않고 부조리한 일들이 있음에도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의 권리를 지켜줄 사람은 자신 밖에 없을지 모른다. 부당함에 익숙해져 침묵하기 보다는 잘못된 권력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외치고 싶다.

 


"부당함에 익숙해져 침묵하기 보다는 

잘못과 부당함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모 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거둔 동창회비와 관련해 학교 동창회와 학생들 간의 마찰이 있었다.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고 동창회에 가입도 하지 않았음에도 매년 동창회비를 거두는 것에 학생들은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매년 거두던 것을 거두지 않으면 동창회 운영 예산(장학금 지원, 동창회 활성화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동창회 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약 35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재학생이 부담해야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고 스쿨뱅킹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금으로 걷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해 납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각 반 대표들과 학생대표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동창회 측에 전달했고 몇 번의 대화 끝에 결국 해당 학교의 동창회비 징수 전통은 영구 폐지되었다.

 

이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악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는 어떻게 계속 유지 되어 왔는가? 둘째, 악습은 어떻게 철폐 되었는가? 이다. 이전의 선배들과 달리 문제를 인식하고 순응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었을 때 비로소 그 부당함이 해결되었다. 부당한 일을 받아들이고 옳지 못한 제도를 수용하면서 그들을 향해 내뱉는 불만은 아무 의미가 없다.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부당함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며 그 결과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챙기는 것이다.

 

흔히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고 권력에 굴복시키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면 대드는 것으로 간주하는 이곳이 내가 몇 개월 뒤 마주하게 될 사회라고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학교에 남게 될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말이다.

 

부당함을 교육받은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나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꽁꽁 숨긴 채 사회 곳곳에서 악순환의 연속성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라. 작년 촛불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저항과 반항은 다르다. 패기에 미쳐 자신의 행동이 반항인지 저항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우리는 모두 학생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고, 한 나라를 이끌어갈 민주 시민이다. ‘지금은 공부에만 집중하고 부당한 일을 개선하는데 나서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해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지 꼭 생각해보길 바란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어디서 어린게 감히 어른 앞에서 대드냐.”, “그래도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고, 넌 잘난 것도 없는데 뭘 믿고 어디서 큰 소리냐.”

 

필자 역시 오래 살아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사람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 흔히 말하는 그런 수준 낮은 꼰대가 된다면 나이를 먹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부당함 앞에 당당히 맞서는 후배들을 상상한다. 그래서 학교가 진짜 학교답기를, 학생이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의 주인으로 제 자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기고/ 이소현(경해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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