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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떠나는 진주여행] 제3탄 꽃바람 공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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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27회 작성일 13-05-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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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공방을 아시나요?
 

바야흐로 봄이다.
엄마 아빠 손잡고 혹은 사랑스런 아이의 고사리 손잡고 꽃구경들은 많이 다니셨는지...
 

필통의 복간 후 필자는 이상하리 만큼 꼭꼭 숨어있는 진주의 역사적 사건과 지금의 시대를 통해 구현된 당시의 정신을 재조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근대 역사상 진주만큼 신분과 인권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곳이 없기에 3월 복간호에는 진주정신의 뿌리인 백정의 신분해방운동인 '형평운동'을 다루었고 4월호에는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소년운동'을 싣게 되었다.
이런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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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 그래서 이번 호는 좀 가벼운 만짐으로 이채로운 관점에서 출발해 이채로운 곳으로 보석 같은 아이 수안이를 데리고 조금은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았다.
 

꽃바람공방. 공방이란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다.
미적 감각과 공간적 지각, 구조의 이해등 종합적인 예술감각이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예술행위가 이루어지는 창조적 공간이다. 이런 멀티아트에 꽃바람이라는 꾸밈말까지 더해지니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곳일까.
 

일요일 오후. 아이와 취재를 나서는 길에 모처럼 봄볕이 반긴다. 세 번의 출사에 단 한번도 좋은 볕을 준 적이 없기에 괜스레 기상캐스터만 타박했었다.
 

....오늘은 모델의 기분도 좋은 것 같고, 날씨도 좋고, 그렇다면 이 기분 안고서 출발!!!
 

꽃바람공방은 진양호 입구 앞 한사랑교회와 같은 출입문을 쓰고 있어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교회는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공방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차에서 내리니 용달차에 여러 가지 가구를 싣고 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리 통화를 한 상태라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공방의 전경이다. 나무로 썰어 담을 두른 것이 인상적이다. 입구 앞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이 사람이 바로 꽃바람공방 대표 조각가 강선녀씨다. 처음 공방의 쓰임은 강선녀 작가의 개인 작업실이었다, 작품 활동을 해오다 2년 전부터 지인 몇 분들과 함께 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공방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공방은 비단 가구만이 아닌 공간과 인간을 함께 어울리게 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창조해 공간에 구현하는 일까지 아우른다고 한다.
 

공방에 들어서자 수안이가 신나는 모양이다. 책에서만 보던 공구들이 눈앞에 널려있고 요맘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공구놀이를 통해 질리도록 연습했던 작업들이 눈앞에서 일어나니 얼굴 가득 호기심을 띈다.
 

아뿔싸! 수안이를 둘러싼 기운이 바뀐다. 지금부터 아빠와 딸은 둘만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 모드로 들어간다. 우선 작업대 위의 망치와 못통을 뒤적거려 찾은 대못 하나를 양손에 나누어 쥐고 나뭇조각을 주워 그 위에 못을 올린다. 자기 팔보다 긴 대망치를 낑낑대며 기어이 망치를 들어본다. 집에서는 손 다칠까봐 위험하다는 아빠의 애정어린 관심(?)속에 해보지도 못했던 망치질을 공방에서는 거리낌 없이 손에 쥐고 하는 모습에서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아이에게 중요하겠구나' 라는 찰나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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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아니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수안이의 반응이 사뭇 달라져있다.
 

공방에는 망치와 벤치, 작은 톱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전기톱과 요란한 마찰음과 톱밥을 내뿜는 전기대패도 있고 나무를 굽는 토치, 구멍을 뚫는 전기 드릴이 있다. 공방엔 작업자 몇 분이 있었고 그분들이 다루는 장비의 소음과 분위기에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낭패였다. 아직 사진은 한 컷도 찍지 못한 상황. 벌써부터 모델의 표정엔 좋았던 기억보다 싫음의 속내가 순식간에 드러난다. 이때, 아이의 심경을 알아채신 강 대표님께서 긴급처방에 나섰다.
 

얼룩말로 보이는 조형물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사포로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어느 새 훌륭한 연필꽂이가 탄생했다. 얼룩말 필통.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술 같은 장면에 아이도 잠시 초롱한 눈빛을 찾는다. 맨 나뭇결의 얼룩말 필통을 눕히더니 연필로 무엇이라 쓰고 있다.
 

아이는 아이다. 하얀 나뭇결 위엔 "수안어꺼 손대지 마세요 아빠 사랑해요"
기사 속 사진을 위해 아이에게 웃는 표정을 강요하고 아이의 마음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아빠의 편협함이 삐뚤빼뚤 눌러 쓴 수안이의 순수함 앞에 한없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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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공방은 사회적 기업을 추구한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의 긍정적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높이는데 의의를 찾는다. 공방에는 자폐아인 김민우(18)군이 일하고 있다. 강선녀 대표는 민우에게서 늘 새로움을 발견한다고 한다. 작가로서 창작에 대한 벽 앞에 섰을 때, 민우의 시각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녀에게 민우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상호 보완적 존재이다. 실제로 민우의 손기술은 탁월한 아이다. 찰흙이나 점토로 아주 섬세한 묘사와 움직임을 구현해낸다. 꽃바람공방은 민우와 같은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배경, 베이스캠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스캠프...
 

그녀의 표현에서 나를 감동시킨 대목이다. 그녀와 공방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나오는 두 부녀의 가슴에는 각자에게 알맞게 여문 감동의 꺼리들이 안겨있었다.
 

보석같은 아이, 수안이의 작은 품엔 공방에 대한 무서움의 이미지를 확 바꿔 준 세상에 하나뿐인 얼룩말 연필꽂이가 안겨있었고, 아빠의 가슴속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110센티의 동심(童心)의 눈금자와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조각가 강선녀씨의 민우를 바라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한 배려까지 함께 담겨있었다.
 

....
연필꽂이 때문에 큰아이와 둘째아이 유하가 싸우는 장면이 눈앞에 선하다. 아이쿠야...염치불구하고 한 개를 더 부탁했어야...하는 걱정과 푸념이다.
다둥이를 둔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리라.
 
[기고/ 조재경 필통 이사]
필자소개 : 아이셋을 둔 다둥이 아빠. 진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중.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과 YMCA에 살짝 한발 걸치고 있으며
필통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아빠와 떠나는 진주 여행>은 아빠와 딸이 함께 진주의 감추어진 명승지나 문화, 역사적 공간을 순례하며 역사공간의 가치와 가족간의 사랑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고자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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