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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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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16회 작성일 17-10-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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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내 십 대의 끄트머리에 서서

 



대학거부.jpg

 

필통에 글을 쓴 지도 반년이 넘었다. 기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다섯 편인가 여섯 편의 글을 썼다. 내가 하는 청소년운동의 주장을 고루 담아내려고 애썼다. 아직 써야 할 내용은 많지만, 말하고 싶었던 중요한 가닥들은 한 번쯤 언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써오면서 꼭 쓰고 싶었던 주제가 몇 가지 있었는데, ‘대학거부라는 오늘의 주제도 그중 하나였다. 아껴놓고 나중에 쓰고 싶던 주제였는데, 마침 수능도 얼마 안 남은 만큼 이 주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소위 교육열 높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8살인가 9살 때 처음 영어학원에 다녔고,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수학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나라엔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이 많다 보니, 나 정도는 평범한 수준인가 싶기도 하다. 공부는 그냥저냥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5등정도 했던 거 같다. 공부는 아주 싫어했고, 딱히 열심히 한 적은 없다. 그냥 시험 며칠 전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딱 고만한 수준의 성적만 유지했다.

 

공부는 싫었지만 ‘(입시 커트라인이) 높은대학은 가고 싶었다. ‘장래희망으로 불리는 꿈의 직업은 계속 바뀌었지만 인서울을 하겠다는 꿈 하나는 바뀌지 않았다. 어쩌다 기숙형 고등학교에 들어와선 수능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정시로 간다며 우겨댔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학교 시험 준비를 제때 안 한 나에겐 아직은 시간이 좀 남은(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정시파가 제법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사실 정시파는 내 허영심을 챙기기에도 충분한 꼬리표였다. 그래서 내신은 안 챙겨도 수능 공부는 가끔 했다.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잘 나올 때는 인서울 대학에 무리 없이 갈 성적도 나왔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많이 싸웠다. 융통성 없고, 고집이 세며,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학년부장 교사와 꽤 자주 싸웠다.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짓들을 해서 징계도 받았다. 학교에선 뭔가 인정할 수 없고 화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악에 받쳐 싸웠다. 물론 잘 싸우진 못했다. 그렇게 싸우는 것도 싸울 줄 아는 사람이 잘 한다. 여러 일들을 겪고, 2 겨울방학에 청소년운동을 만났다.

 

청소년 운동은 나에게 언어를 만들어 줬다. 부조리하고 화나는 일이 잘못된 건지를 알려줬다. 그걸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다. 그러고 나니 잘못된 일들은 더 잘 보인다. 겨울방학동안 한껏 각성된 나는 개학을 하자마자 정말 열심히 싸웠다. 하루하루 다이나믹했다. 힘들기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물론 하던 공부도 접었다. 결국 학교는 개학한지 한 달만에 나를 없애기로(?) 작정했고, 내게 전학을 가라고 했다. 나는 집 근처의 학교로, 진주로 돌아왔다.

 

어쨌든, 나는 진주로 와서 더 열심히 청소년운동을 했고,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을 만났다. 그 중 하나가 대학거부다. 대학거부는 그냥 대학을 안 가겠다는게 아니라, 거부하겠다는 사람들의 저항의 목소리이다. 사람들마다 대학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입시경쟁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학벌에 대한 차별에 반대해서, 대학을 가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무한경쟁과 희망 없는 세상의 희생양이자,

그 세상을 더욱 단단히 유지하는데 한 몫을 해왔던 내 삶을,

조금이나마 틀어놓으려 한다"


 

수능이 다가오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대학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온다. 그럼 그냥 안 가려고()”라고 대답한다. 사실 내 속마음은 거부한다에 좀 더 가까운 것이겠지만, 그렇게 말하긴 쉽지 않다. 그러고 나면 으레 ?”라는 물음이 따라온다. 그럼 그냥 퉁명스럽게 대학을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그냥 내가 뭔가 다른 생각이나 계획이 있는가보다 하고 만다.

 

그런데 나는 다른 계획이 없다. 하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할 뿐이다. 난 한 번도 어떤 계획- 꿈을 가지고 산 적이 없었다. 물론 가고 싶은 고등학교도 있었고, 대학교도 있었다. 그리고 학과도 있었고, 갖고 싶은 직장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걸 마치 내 삶의 계획이라고 착각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라고, 꿈이라고 착각했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들을 갖고 싶을 뿐이었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학과도, 직장도, 그저 내가 갖고 싶은 이름이었다. 나는 갖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기에 바빠,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잃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내 삶을 찾기 위해서, 내 존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어떤 삶을 살지도, 내가 꿈꾸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대학을 간다니, 그게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입시경쟁에 반대한다든지, 학벌에 반대한다든지 하는 멋진 이유를 댈 자격은 없는 거 같다. 지금껏 그 경쟁에 앞장서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는데 내 십대를 몸 바쳐 기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대학거부를 다짐하기 직전까지 학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나 자신까지 나는 학벌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라며 속였었다. 그런 사람이 학벌주의에 반대하기에 대학거부를 하겠다고 말하는 건, 좀 부끄럽다.

 

나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 대학을 거부한다. 이 무한경쟁과 희망 없는 세상의 희생양이자, 그 세상을 더욱 단단히 유지하는데 한 몫을 해왔던 내 삶을, 조금이나마 틀어놓으려 한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이 쳇바퀴 속에서 튕겨져 나오며, ‘평범함으로부터 동떨어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해방감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삐뚤어진 삶을 살아보겠다. 나 자신을 위해 말이다.

 

물론 한 가지 욕심이 더 있긴 하다. 나라는 모난 돌 하나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세상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일으키기를 바란다는 거다. 많은 욕심을 다 내던졌으니, 이정도 욕심은 부려줘야지 않을까.


 



글쓴이/

기고2.jpg


박태영은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 바보회>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입니다우리 사회에 대해 글을 쓰는 글쟁이이기도 합니다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뜻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카카오톡 (박태영 ID:hexaframe)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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