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인 기자] 남강유등축제 창작등이 수행평가로 둔갑해... > 필통기사

남강유등축제 창작등이 수행평가로 둔갑해...

축제가 숙제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

매년 10월이 되면 진주에는 진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 심지어 외국인까지 와서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그것은 바로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다. 모두가 즐거울 줄만 알았던 이 축제에서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바로 진주시내 고등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이맘때면 항상 ‘진주남강 유등축제 창작등 경연대회’ 준비로 바쁘다.

진주시는 진주남강 유등축제에 대해 진주 내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매년 명석초등학교와 진주의 고등학교 7개 학교(진주고, 진주여고, 중앙고, 진양고, 경진고, 자동차고) 고등학생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창작등 만들기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창작등 만들기는 학교에서 신청하기도 하고 진주 문화예술재단의 요청으로 참가하게 된다. 이에 대한 참여는 분명 필수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다. 하지만 학교의 재량에 따라 이를 수행평가로 채택하여 창작등 만들기가 학생들에게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A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은 “창작등 만들기가 미술 수행평가의 내용에 포함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안그래도 방학 때 학교보충수업 나오랴, 학원 다니랴 정신이 없는데 창작등까지 만들어 오라니 여간 골치 아픈게 아니죠.”라며 불만스런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이 힘든 점은 이 뿐 만이 아니다. 학교 재량으로 창작등 만들기를 수행평가로 일방적으로 넣어 놓고선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창작등 제작에 필요한 철사와 한지 등을 전혀 제공해주지 않아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B고등학교 1학년 한 학생은 “창작등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굉장히 막막해요. 부설고등학교 같은 경우에 창작등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들을 제공해 준다고 하는데 저희학교는 아무런 얘기가 없어요. 준비물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친구는 철사 굵기를 잘못 알아서 다시 사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만약 학교에서 준비물을 제공해 줬더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겠죠.”라며 답답해 했다.

물론 이렇듯 모든 학생들이 불만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창작등 만들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적지 않다. C고등학고 1학년 학생의 경우는 “만드는 과정이 조금 귀찮고 힘들어서 그렇지 다 만들고 나니 정말 뿌듯했어요. 제가 만든 등을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는 것도 기뻐요.”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등만들기를 강요하는 학교의 모습은 진주시의 축제에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진주남강 유등축제는 진주시민 모두의 축제이고 대부분의 청소년들도 자부심을 느끼는 지역 축제다. 좀 더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찾고 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창작등 경연대회, 그런 남강유등축제가 되도록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것이 고작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어 주는 것이 되어선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축제는 모두가 즐길 때 그 의미가 있다. 그런데 화려한 축제의 보이지 않는 뒷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지역의 축제는 우리 청소년들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에게 축제가 숙제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개선되어져야 한다.

[취재/ 양지인(진주여고2)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