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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답지 못한 글> ‘학생다움’의 억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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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56회 작성일 17-04-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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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에서 바라 본 세상

 

<학생답지 못한 글>

학생다움의 억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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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학생다움을 강요당한다. “학생다운 옷차림”, “학생다운 말투”, “학생의 본분…… 도대체 여기서 학생다움은 무엇일까. 옆머리와 윗머리를 짧게 쳐올리고 앞머리는 우스꽝스럽게 삐죽거리는 스포츠머리와 귀밑 7cm의 단발머리(그보다 길면 고무줄로 머리를 묶어야 하는)는 왜 학생다운 것으로 여겨질까. 어른들이 말하듯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며, 학생은 외모를 꾸며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면, 획일화된 스포츠머리단발머리는 과연 공부에 도움이 되는 걸까. (심지어 스포츠머리의 이름은 스포츠머리이다! ‘스터디머리가 아니라!)

학생다움은 어른들이 원하는 학생의 모범적인 모습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이 말들은 우리를 기성세대의 취향에 맞는 학생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어른들의 칭찬과 벌, 때로는 법과 제도의 장치가 우리를 학생답게 만들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

 

학교에서 우리는 펄럭거리는 통바지와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강요당하고,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따지는 말투는 학생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져 훈계의 대상이 된다. 화장으로 자신의 외모를 꾸밀 수 없고, 피어싱과 목걸이를 통해 개성을 표하는 것조차 금지된다. 비청소년(성인, 어른)의 것으로 여겨지는 술과 담배, 섹스를 하는 학생은 비행청소년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힌다.

 

학생답지 못함을 근거로 하는 앞의 규제들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의 머리카락과 복장을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남성의 표준여성의 표준을 만들어 획일화하여 규제한다. 이러한 표준은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가. 만약 옳다면, 그 도덕적으로 옳은 표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아니 도대체 누가 사람의 외모에 도덕적 가치를 매겨 표준을 정할 수 있을까. 조금만 살펴봐도 학생 외모규제에 도덕적 판단 따위는 들어있지 않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사회와 학교가 어른의 시선에 단정해 보이고 소위 모범생처럼 보이는 머리카락과 복장을 모든 학생에게 강요하는 일일 뿐이다. 이는 어른의 취향에 알맞은 모습으로 학생을 코스프레 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복장과 외모에 대한 규제는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엄연히 침해하지만, 일부 학교들은 청소년의 개성표현은 어른들 보기에 아니꼽다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규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또 어떤가. 술과 담배가 몸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금지한다면, 간 질환 환자와 폐 질환 환자에게 각각 술과 담배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국가는 무책임하다고 말해야 한다. 유독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이 법들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고, 학교가 이를 처벌하게 하는 사회와 국가는 진정 청소년의 건강을 우려하기 때문일까? 앞의 간 질환, 폐 질환 환자 예시를 통해 술담배는 어른의 것이라는, 청소년에겐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는 관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술담배를 하는 학생을 불량학생으로 낙인찍어 징계를 주고, 벌하려는 학교는 학생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일까, 학교 외부의 어른들에게 보이는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질지를 걱정하는 것일까? 어느 한쪽만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금연을 위한 여러 도움 프로그램보다는 징계와 벌주기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학교 흡연규제는 후자의 이유가 더 큼을 넌지시 뒷받침해준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이름 아래 우리에게 적용되는 억압과 폭력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청소년이며 학생이라는 이유로 모든 규제와 억압이 쉽사리 용납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은 입시 또는 주어진 본분(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현재의 행복과 쾌락을 미래로 미루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관념은 규칙으로 만들어져, 학생의 본분에 방해가 되는 여러 기분 좋은일을 금지한다. 외모와 복장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일, 연애, 술과 담배, 섹스 등 입시(또는 그 외의 본분)를 제외한 모든 일은 학생답지 못한 일이 되어 금지된다.

 

이밖에도 그저 학생이기 때문에, 청소년이기 때문에 겪는 불합리한 규제와 권리 억압은 수없이 많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지던 규제와 억압들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적 필요라며 행해지는 여러 규제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규제들이 사실은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과 같은 헌법의 가치에 위배되는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글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학생다움이라는 어른의 관념과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학생다운 학생’, ‘모범생이 되려고 자신을 어른들의 시선과 틀 속에 우겨놓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보자. , 어른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권리를 맘껏 행사하는 멋진 학생들을 학생이 머리를 저렇게 해도 되냐며 비난하지는 않았는지도 고민해보자. 우리의 이런 사소한 고민과 불편함이 모여 세상과 학교를 변화시킨다.

 

학생답지 않게 머리를 꾸미고, 화장을 하며, 개성 있는 옷차림을 하고, 현재 나의 행복과 쾌락을 맘껏 추구할 수 있는 세상. 우리와 자유와 권리를 학생답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지 않는 학교. 그리고 나의 이런 글이 학생답지 못한 것이 아니며, 더는 이런 글을 쓸 필요조차 없는 세상. 나는 이런 세상과 학교를 간절히 꿈꾸고 바란다.

 

마지막으로 강렬하고 통쾌한 문구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학생답지 않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




글쓴이/ 박태영은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 바보회>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입니다우리 사회에 대해 글을 쓰는 글쟁이이기도 합니다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뜻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카카오톡 (박태영 ID:hexaframe)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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