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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마의 책이야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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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62회 작성일 13-04-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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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렇게 성장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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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야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이게 얼마만의 만남인지 모르겠구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몇 학년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가 중학생 때였을 거야. 그때 한창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너의 이름이 신문 여기저기에 오르락내리락했었거든. 부모님께 졸라서 책을 구입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구나. 그때 나는 세상 무서울 것 없고 어려움도 모르는 애송이였는데 너를 만나면서 참 많이 울고 웃고 했었지. 아무튼 제제야 나는 20년도 훌쩍 지난 요즘 다시 너를 만나고 있단다.
 
다행히 우리 집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책이 있어서 다시 읽어보고 너를 추억해보았지. 혹시 그거 아니? 너의 책이 우리나라 중학생 고등학생에게는 필독서로써 권장되고 있다는 걸 말이야. 놀랍지 않니? 왜냐하면 필독서 목록은 고전 혹은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만 가려 뽑는 것이야. 내가 중학생 시절에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따끈따끈한 신간이었던 책이 20여년 만에 명작으로 꼽히다니, 출세했다. 너!
 
그런데 내가 중학교 다니던 그때는 이 책을 읽으며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단다. 미안한 말이지만 ‘세상에 이렇게 불쌍한 아이도 있구나’ 라는 생각보다 왜 이렇게 혼날 짓만 하는 건지 정말 걱정이었어. 그냥 얌전히 생활할 수도 있을 텐데 꼭 사건을 만들어서 혼나고 매 맞고 했잖아.
 
그런데 제제야, 내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보니까 그건 네가 잘못된 아이라서 그런 게 아니더구나. 넌 그냥 대여섯 먹은 아이였고 너의 행동은 그 나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장난 같은 거였어. 그걸 이해 못하고 차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에게 폭력을 가하는 너의 가족은 지금 생각해도 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구나.
 
그렇지만 아버지가 실업자가 된 상황에서 어느 가정이 평안할 수가 있겠니? 크리스마스도 제대로 못 보낼 정도로 빈곤한 생활은 사람의 정서도 황폐화 시킬 수 있을 거라 짐작이 되는구나. 그래도 도가 지나친 폭력은 지금도 내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요소였어. 하지만 너는 그들을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더구나. 그만큼 네가 순수해서 그런거겠지. 워낙 어릴 때부터 혼 나는 게 익숙하다보니 모든 일의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널 보며 연민의 마음과 분노의 마음이 함께 쏟아지기도 하고 그런 현실이 슬프기도 하더구나.
 
그런 너에게 안식과 같은 친구가 있었으니 만약 뽀르뚜까가 곁에 없었다면 너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너의 순수성과 천진함을 살려주고 맞장구쳐준 뽀르뚜까가 없었다면 어린 너는 조금 더 난폭하게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단 한사람이 기차 사고로 그렇게 홀연히 처참하게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으니, 너의 충격과 슬픔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지.
 
라임오렌지와 너가 주고 받았던 이야기들이 내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고 뽀르뚜까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너를 보며 나도 행복했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한 뽀르뚜까 아저씨의 일은 아주 큰 충격이었고 잊어지지 않는 고통이었단다.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게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구나.
 
아저씨의 죽음 이후로 너와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와의 대화도 단절되었지. 그건 너의 마음이 한단계 성숙했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보아진다. 네가 슬픔 속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중학생이던 나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점차 어른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내모습을 찾기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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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야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는 거였어. 한단계 한단계 아픔을 딛고 일어서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거지. 어린 시절의 나는 자고 일어나면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어. 학교 다니는 동안은 어린 사람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그냥 뚝딱 어른이 되는건 줄 알았지. 그런데 말이야 제제야, 그렇지가 않더라. 삶이란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더란 말이지. 내가 아파할 때 한 계단, 슬퍼할 때 한 계단, 즐거울 때 한 계단...... 그렇게 성숙하는 것이더라. 인생이란......

J.M.바스콘셀로스 작가가 ‘햇빛사냥’ , ‘광란자’ 등을 통해 너도 성장시켰다는걸 난 최근에야 알게 되었단다. 사춘기의 너를 만나볼 기회가 된다니 무척 궁금하구나. 네가 사려 깊고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을지, 순수성을 잃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갔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네가 그 어떤 모습이라도 난 너를 사랑할 수 있을것 같아. 왜냐하면 어린시절 지독한 아픔을 겪으며 성장한 사람은 그 고통을 견딘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부디 좌절하지 않고 명랑한 소년으로 성장했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치려고 한다.
제제야, 안녕~!
 
라임.jpg

 
[기고/ 손영아님]
손영아님은 두 자녀를 둔 어머니시구요,
진주시 집현에 거주하고 있고 학부모독서토론 모임인 '북마마'의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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