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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세이/ 빛의제국] 제2화 밥만 먹으면 재미가 없고, 술만 먹으면 속이 쓰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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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44회 작성일 13-04-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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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만 먹으면 재미가 없고,
  술만 먹으면 속이 쓰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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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은 대개 술을 참 좋아하신다. 게다가 대식가라서, 매일 저녁 밥을 한 양푼이 비우면서 술도 함께 비운다. 진심, 생물학적인 의문이 들어서 “그게 다 뱃속으로 들어가? 자리가 있어?”라고 물으면, “원래 밥 배랑 술 배는 따로 있다 아이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거 참, 편리하고 합리적인 생체시스템이구나.
 
  얼마 전 함양에서 모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동아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학교에 동아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왜?” 물었더니, “공부하기도 바쁜 애들이 무슨 딴 짓을 하냐고 그러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엔, 편리하고 합리적인 교육시스템을 위해 공부머리와 딴 짓 머리를 따로 만들어야 하겠구나.
 
  아버지들의 생체시스템에 대한 자기 변론이 배를 갈라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궤변임은 분명하다. 밥이나 술이나 소화 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화기관의 업무이고, 밥도 술도 결국은 피와 살이된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공부와 공부 아닌 것들은 어떨까. 전두엽과 후두엽, 좌뇌, 우뇌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는 일이 있다. 눈으로, 코로, 혀로, 귀로, 손으로 전해지는 모든 것들을, 시간과 마음의 페이지에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분리 선택적으로 밖에 처리 할 수 없다니, 이 복잡다단한 포스트모던멀티미디어유비쿼터스 시대에 있어 뇌의 기능에 대한 대단히 후진 인식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뭐든 뱃속으로 넣는 아버지들처럼 뭐든 뇌 속으로 넣을 수 있는 것이 당신들이다. 당신들은 현재 간도 뇌도 한없이 관대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다. 밥과 술이 섞여 피나 살이 되듯, 국어와 산책이 섞여 시가 되고, 수학과 연애가 섞여 자아발견이 되며, 과학과 수다가 섞여 영화가 되는가 하면, 영어와 멍때림이 섞여 여행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닥치는 대로 넣으면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당신들의 뇌이고, 삶인 것이다.
 
  하여, 밥만 먹어서 재미없는 아버지와, 술만 먹어서 속쓰린 아버지들에게 고하라. 자식이 지금 편리하고 합리적인 교육시스템을 존중하느라, 뇌를 둘로 쪼개야 할 지경이라고. 그러니 자식 머리 두 쪽 나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학교로 몰려가 동아리를 허하라고, 말이다.
 
 
[필통명예기자단/ 김휘근기자]   beapoet@naver.com
김휘근기자는 필통 학생기자단 출신으로 지금 <지리산생명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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