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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휘기자] 선진리성의 흩날리는 벚꽃잎이 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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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아휘 댓글 1건 조회 2,997회 작성일 13-04-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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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이 비치고 꽃은 만개한 봄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나선다. 봄이야 말로 꽃의 계절이지만 그중 봄을 대표하는 꽃은 벚꽃이 아닌가 싶다. 봄이 오면 너도나도 시원한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떨어뜨려주는 벚꽃잎 사이에서 사진을 찍곤 한다.
 
진주 주변에는 특히 벚꽃이 아름다운 명소들이 많다. 이젠 곳곳에 벚꽃이 아름다운 길들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로 남해나 사천 선진리 성으로 나들이를 간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기도 한다.
 
나 역시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진선리 성으로 벚꽃 구경을 갔다. 벚꽃이 흩날리는 만큼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벚꽃아래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바람을 따라 흐르는 벚꽃잎이 만들어 내는 황홀한 풍경에 잠시 현실의 고민들을 잊고 자연에 취해본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을 꼭 잡고서 벚꽃아래를 걷는 모습은 부럽기만 했다.
 
그러나 아름답고 행복한 그곳에 우리의 안타깝고 비참한 역사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천의 진선리성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지은 성으로 진선리 왜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즉 일본군들이 우리백성을 동원해 축조한 성이란 얘기다.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는 동안 이곳에서는 조선과 명나라 군대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 측에서의 실수로 화약고의 폭탄들이 터졌고 왜군들은 그때를 기회로 삼았고 이에 조명 연합군은 수많은 사망자들을 남기고 퇴각하였다. 왜군들은 승리의 기쁨을 알리기 위해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들의 시체를 모아 그들의 귀와 코를 잘라서 본국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남은 시체들은 토막을 내어 큰 구덩이에 섞어 묻었고 그 수가 7~8천명에 달했다. 이것이 선진리 성앞에 있는 댕강무데기라 불리는 조명군총이다. 조명군총 앞의 안내표지판에는 이런 내용들이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흩날리는 벚꽃에서 눈을 떼고 비참한 역사의 한 장면을 바라보지 않았다. 독도를 비롯한 영유권 쟁탈전과 왜곡된 역사교육 때문에 일본과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일본군이 세운 성밑에서 일본의 국화에 취해 우리 선조의 비참한 역사를 뒤로 한 채 매년 한바탕 흥겨운 축제를 열어 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조금은 아프다.
 
혹 다시 진선리 성으로 벚꽃을 보러 간다면 벚꽃보다 먼저 조명군총 앞의 안내판을 읽어보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조명 연합군의 무덤앞에서 그들의 비참한 최후를 위로하고 감사를 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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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아휘(삼현여고2)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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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244님의 댓글

2244 작성일

벚꽃을 참 좋아 하시는 군요. 벚꽃은 특히 온땅, 온 길가에 무수히 심어서 이제는 일본땅보다 더 많은 꼬락서니들속에서 즐기고 있습니다(공무원들 비용 줄이려고 번식력 좋은 이 벚꽂묘목을 선택한 때문).벚꽃의 한문자는 櫻(사그라질 꽃 앵)자에서 변종된 글자입니다, 일본아이들은 `사꾸라`로부릅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자생화라고는 하지만 그 꽃을 좋아하는 자들이 그놈들이고 그기억이 생생한 70년 전 일인데 -- 진주에는 벚꽃이 한포기도 없다는 것 쯤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진주땅은 아직도 그 젊은 아낙이 서슬푸른 남강을 굽어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탓이지요.어언 423년이지나도 강난콩 꽃보다도 더 푸른 물결위에 양귀비꽃 보다 더뿕은 그 여인 말 입니다 .(1992년 4월 봄 남도춘풍-경남일보).
우리가 벚꽃놀이를 즐기게 된 역사는 1924년의 ‘창경원 야앵(夜櫻ㆍ밤 벚꽃놀이)’ 실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이 땅에 일본식 사쿠라 꽃놀이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해방 이후까지 60여 년 동안 이 창경원의 야앵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본식 벚꽃놀이는 1984년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창경궁 복원공사가 이뤄지면서 이 땅에서 사쿠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때만 되면 어김없이 사라졌던 사쿠라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얍삽한 일본인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사쿠라같은 사람들이 툭툭 튀어 나와 기분을 망친다. 과거를 부정하고, 앞뒤 말이 다르고, 과정보다 승리에 목숨을 거는 사쿠라같은 사람들이 후보자의 탈을 쓰고 국민들 앞에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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